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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6 박찬일 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260쪽. [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2024) ☑️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의 #산문집 ☑️ #책날개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갈수록 냉기가 도는 세상에 기어이 차오른, 철없지만 다정했고 눈물 나게 고마웠던 음식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도 울컥, 치미는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 일러두기 → 이 책은 저자가 2022~2023년 주간지 《시사IN》에 연재한 원고를 바탕으로, 새로 다듬고 더해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인터뷰이의 사정을 고려해, 일부 인명이나 지명 등은 실제와 다르게 쓰기도 했다. *밀리의서재로 봐서 페이지는 미표기. 🇮🇹 이탈리아 쌀에 관해서는 웃기는 기억도 많다. 밥 지으려고 리소토용 쌀을 샀는데, 색이 노랗고, 그 왜 있잖은가, 수영장에서 나는 염소 소독약 냄새, 그게 풍기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일종의 인스턴트 샤프란 리소토였다. 샤프란에선 염소 소독약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난다. 쌀 진열대에는 샤프란, 버섯, 트러플을 넣은 즉석 조리 리소토를 판다. 한국에서 판다면, 1인분에 3, 4만 원 이상 받아야 하는 고급 재료 리소토다. 이걸로 밥을 지어서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소독약 냄새 나는 고추장 비빔밥 맛을 상상해보라. 🥢 짜장면에 소주는 꽤 잘 맞는다. 여럿이 앉은 자리에서 안주로 주문한 짜장면을 숟가락으로 얼른 잘게 자른다. 그냥 놔두면 불어서 술안주를 할 수 없다. 밥으로 먹으면 후루룩 없어지는데, 술안주로 곁들이면 천천히 먹게 되니까. 소주나 이과두주를 한 잔 마시고 앞 접시에 짜장면을 숟가락으로 덜어서 춘장을 조금 뿌리고 생양파를 얹어 먹는다. 👨‍🏫 선생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는데, 오죽하면 우리가 몰래 지은 별명이 생불(生佛)이었을까. 선생님이 나쁜 말을 입 밖에 내는 걸 들은 적이 없다. 아주 심하게 화가 나면 이러셨다. “지금 내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어요. 들리죠. 여러분?” 🕒 종종 점심 약속을 할 때 제일 난감하다. 낮 12시에는 위가 음식을 거부한다. 요리사들은 손님들 식사 시간에 요리한다. 당연히 식사 시간이 다르다. 오랜 변화로 내 위는 낮 12시에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낮 3시, 밤 10시. 두 끼를 먹는다면 그렇다. 아마 많은 요리사들이 그럴 것이다. 👩‍🍳 평생 회를 뜬, 흔히들 ‘칼잡이’라고 부르는 일식 요리사 친구가 있다. 그가 낀 어느 술자리에서, 요리사가 아닌 어떤 녀석이 이렇게 물었다. “너 지금까지 고기 몇 마리 죽여봤냐.” 나는 순간적으로 싸늘한 고압전기가 뒤통수를 훑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묻는 데도 방식이 있다. 그가 물고기 살해범이 되는 순간이었다. 🍚 “세푸님. 젤 좋은 건 백반집이에요. 메라민이나 스뎅이라 그릇이 날아다녀두 안 깨지구 세제도 잘 먹어. 백반집도 나름인데, 돌솥비빔밥집은 다들 안 갈라 하지. 뚝배기집두 별로고. 손목 파스 값이 더 나가거든요.” 🤫 세상에 대책 없는 게 여섯 살과 중2라고 했던가. #책추천 #책체질 #책책이 #bibliophile #에세이 #국내에세이 #한국에세이 #박찬일 #밥먹다가울컥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4월 #밀리의서재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