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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이탈로 칼비노, 민음사 중세시대의 한 자작이 투르크인들과의 전투 도중에 거대한 포탄을 맞고 몸이 반쪽으로 등분되었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한 구절(안드로규노스에 대한 이야기)을 읽는 듯한 이 이야기는 불완전해져버린 자작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가며 나오는 이야기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메다르도 자작’의 악한 반쪽이 마을에 먼저 도착하고, 마을의 여러 주민들-문둥병 환자, 위그노, 장인, 파멜라-은 자작의 변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며 두려워한다. 그러나 악한 반쪽은 파멜라를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만의 사랑이 파멜라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그 이후 선한 반쪽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 같이 선한 반쪽 역시도 마을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그는 너무나도 선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에게 실속없는 옳은 말 밖에 하지 않았으며 때로는 그런 나이브함이 마을 사람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결국 자작의 두 반쪽, 악한 반쪽과 선한 반쪽이 사랑하고 있던 파멜라는 그 둘에게 결투를 요구한다. 아주 놀랍게도 둘은 똑같은 부상을 입으며 똑같이 쓰러진다. 그러고는 겨우 봉합했던 반쪽의 접합부 상처가 다시 벌어지고, 메다르도 자작의 주치의가 둘을 겨우 봉합하여 하나의 메다르도 자작으로 복원시킨다. 그리하여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고 파멜라는 완전한 신랑을 얻는다. 그렇다고 해서 <반쪼가리 자작>이 단순한 우화같은 이야기, 선-악의 대비가 나타내는 교훈 등을 주기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러한 흥미를 이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칼비노가 환상 소설 속에서 던지고자 하는 질문, 혹은 주제는 언제나 내게 한 문장으로 요약되곤 했는데, <반쪼가리 자작> 역시도 모든 문제가 한 문장으로 귀결되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환상동화, 우화의 형태를 띤 작품이지만 소설 내에서 이 모든 것을 서술해주는 관찰자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메다르도 자작의 조카인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칼비노의 각 캐릭터에 대한 서술은 자연스럽게 ‘나’에 의한 서술로 환원되고, 이러한 방식은 소설에 있어 가치판단적인 요소를 어린 아이가 맡게 함으로서 작가-등장인물 간의 거리를 확연하게 떨어뜨려 놓는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반쪼가리 자작>에서 나오는 전체적인 주제 의식은 교조적인 분위기보다는 따뜻함과 즐거움에 치중하게 된다. 칼비노가 <반쪼가리 자작>에서 담아내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판단하려는 독자의 자세가 아닌, 온전한 선도 온전한 악도 아닌 그 사이의 혼란함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마을 사람이 행복해진 상황 속에서 혼자서만 ‘완전한 열정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항상 부족함과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소설의 바로 앞 문단에서 나오듯 ‘세상은 아주 복잡해져서 온전한 자작 혼자서는 행복한 시대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나’가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칼비노는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모든 문제를 귀결시킨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접해온 문장 중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문장이기도 하다. ‘때때로 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가 젊기 때문이다.’ #반쪼가리자작 #이탈로칼비노 #ilviscontedimezzato #italocalvino